과호흡,두근거림,어지러움. 나의 몸이 나에게 하고 있는 말
최근 몇년 사이에 티비에서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로 힘들어하고 있다는 인터뷰 내용을 자주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유난히 많이 보이는 키워드 공황장애. 공황장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자, 그럼 설명을 돕기 위하여 여기서 한가지의 ‘생각 실험 thought experiment’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내 앞에 문이 하나가 있다고 상상해보아요. 저 문을 열면 무엇이 있을까요?
시나리오 A: 누군가 당신에게 저 문 뒤에는 좀비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해요 (영화 “부산행”이나 드라마 “킹덤”에 나오는 그런 끔찍한 모습의 좀비 말입니다!!) 문의 손잡이를 잡으며 당신의 몸에는 어떠한 반응들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당신의 머리속에는 어떤생각들이 스쳐 지나갈까요?
그렇다면 다른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시나리오 B: 누군가 저 문 뒤에는 털이 복실복실하고 귀여운 강아지가 있다고 말하네요. 그럼 당신의 몸과 뇌는 어떻게 [시나리오 A]와는 다르게 반응할까요?
시나리오 A에서는 문을 열자마자 기절을 해버릴 것만 같겠죠. 문 뒤에서 스르륵 소리만 나도 “아 저 좀비가 날 공격하려고 벼르고 있구나. 난 이제 죽었구나.” 시나리오 B에서는 스스륵 소리가 들리면 “아 귀여운 강아지가 놀아달라고 하고 있구나.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으며 함께 놀아야지” 이런 기분좋은 생각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강아지털 알레르기가 없는이상은요!)
공황장애, 그리고 좀 더 광범위하게 불안장애는 “저 문 뒤에는 좀비가 있을거야”라고 예측하며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특히 공황장애의 가장 핵심적인 특성은 나의 몸이 위험을 감지하며 뇌에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나의 생명을 위협하는 극도의 공포감” 이라고 그 상황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물론 저 뒤에 진짜로 좀비가 있다면 내가 지금 당장 패닉을 하는게 당연하고 즉시 피하거나 맞서 싸울 준비를 하여야겠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저 문 뒤에 좀비가 있는 것이 맞는지 한번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 뒤에 강아지가 있을거라는 옵션은 생각을 해보셨나요? 아니면 좀비가 이제 집에 갔을 확률은요? 제가 이 예를 드는 이유는, ‘공황’이나 ‘공포’와 관련이 되어있는 신체증상들은 (과호흡, 빠른 맥박, 어지러움, 쓰러지거나 토할 것 같은 느낌, etc.) 마치 저 문 뒤 무언가가 있을 것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저기 좀비가 있을 것이라는 (직접적이고 확실한 위험이 있을거라는) 생각은 바로 뇌에서 “좀비!좀비” 하고 알람을 울리며 그 상황을 피하게 만든다던지 극도의 불안함을 지속되게 합니다.
그렇다면, 이 생각실험에서 다시 나와서 우리의 경험을 한번 생각해보아요. 나의 신체반응들은 어떠한 메세지로 나에게 전달이 되나요? 저번주에 말씀드린 ‘감정 인식’하는 연습을 통하여 들여다보면 더 쉽게 이해하여 볼 수 있을 것 같네요(https://static1.squarespace.com/static/5f98dd49fc08965e7b06cfac/t/60785009e427420ff616ed65/1618497545332/%EB%82%98%EC%9D%98+%EA%B0%90%EC%A0%95+%EC%9D%B4%ED%95%B4%ED%95%98%EA%B8%B0.pdf )
갑자기 산책을 하다 ‘이유 없이’ 과호흡을 느낄 때, 당신의 감정적인 뇌는 무엇이라 이야기 하고 있나요? 혹시 “어 왜이러지? 내가 이러다가 숨을 못쉬어서 기절하게 될 것 같아. 그럼 집에 못찾아갈텐데. 가족들이 걱정할텐데.. 어떡하지 어떡하지??” 이러한 생각들은아닐까요?
출근길 ‘갑자기’ 어지러워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순간, 당신의 감정적인 뇌는 무엇이라 이야기 하고 있나요? 혹시 “이러다가 내 몸을 가누지 못하면 달려오던 차에 치이고 그자리에서 바로 죽게될거야” 이러한 생각들을 하시는 것은 아닌가요?
이러한 생각들은 앞서 말한 시나리오에서 나왔듯이 뇌에서 “좀비 알람 alarm”을 울리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알람들이 “오경보 false alarm”일 가능성은 없을지 생각해 보아야 하는 부분입니다. ‘과호흡=기절=비극’이라는 공식을 조금만 유연하게 바꾸어 “과호흡=정상적인 신체작동 증상 중 하나=안전함’ 이라는 공식으로 바꿀 수는 없을까요? 그리고 실제로 기절을 한다 하더라도, 정말 우리가 걱정하는 것과 같은 위험스러운 비극적인 상황까지 가는 것일지도 한번 스스로에게 물어보시길 바랍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너무나 싫어하고 기피하고 싶은 이런 ‘두근거림’ 이나 ‘어지러움’ 같은 증상은, 아이러니하게도 어린시절 우리가 매우 즐기던 느낌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놀이터에서 회전무대 (“뺑뺑이”)를 가지고 놀았던 기억, 롤러코스터를 타던 기억, 철봉에 거꾸로 매달리던 기억들 말이에요. 그때는 이러한 스릴(?)이 너무나 짜릿하고 재밌었는데 왜 지금은 이 비슷한 현상들이 우리에게 공포감을 주는 것일까요?
위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가 신체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그 증상들이 우리 뇌에 “위험”이라고 전달이 될 수도 있고, “안전함”이라고 전달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신의 신체 반응은 무슨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시고, 어떠한 생각들로 연결이 되어서 당신의 두려움을 키우고 있는지 한번 인식을 해 본 뒤 다른 해석으로 대체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물론 이러한 연습은 처음에는 쉽지 않고 지속적으로 노력해봐야 하는 부분입니다. 전문적인 상담을 통화여 효율적이고 확실하게 얻을 수 있는 기술입니다). 참고로, 저는 몇년 전 처음으로 공황발작 panic attack을 경험하였을 때 두려움도 느꼈지만 ‘아, 드디어 내가 이 경험을 해보게 되고 이제 나는 공황장애를 더 이해할 수 있겠구나!”하며 신나하였습니다. 그 결과? 저는 그 다음 나타날 수도 있는 공황발작이 두렵지 않았고 저의 경험은 공황장애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
실제로 ‘공황상태’와 자주 연결지어지는 신체적 반응들은 다 정상적인 몸의 기능들입니다. 예를 들면, 과호흡은 우리 몸에 산소가 부족하여 더 공급하기 위한 노력이고, 어지러움 또한 갑자기 변화하는 산소농도가일으키는 일시적인 신체변화 입니다. 나에게 잘 일어나는 무서운 신체반응들의 기전이나 이유만 알고 있어도 ‘아 내 몸이 잘 작동하고 있구나’라고 고마워 할 수 있게 됩니다. ‘내 몸이 위험을 감지하여 나를 도와주려고 하고 있구나’ 이렇게 말이에요.
이렇게 신체변화를 인식하고 그것을 불안에 의한 일시적이고 정상적인 신체반응 이라고 인식을 한 다음에는, 한번 그 느낌이 나의 몸에 어떠한 감각을 일으키는지 한번 지켜보세요. 싸우려고 하고 피하려고 한다면 우리의 뇌는 그 느낌에 대한 두려움을 더 각인시키고 두려움을 증폭시킵니다. 그저 지켜봐 주시고 강렬한 그 느낌이 어떻게 롤러코스터처럼 내려가는지, 밀물과 썰물처럼 들어왔다 나가는지 관찰해 보세요. 그 어떠한 강력한 신체반응도, 공황발작도 오랜시간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길게는 몇분까지 가는지 한번 지켜보세요. 그 기간이 길지 않아서 놀라실 수도 있어요. 우리 몸은 그만큼의 스트레스를 오래 담아두지 않거든요 😊).
정리를 하여 오늘부터 당장 연습해볼 것 몇가지를 추천하겠습니다:
워크시트를 사용하여 내 신체증상이 어떠한 생각과 행동으로 이어지는지 분석해본다
그 증상이 정말 “좀비알람!”처럼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위험상황인 것인지 결론짓는다
다른 해석을 제시하며 나의 뇌의 알람의 ‘멈춤 snooze’버튼을 눌러본다.
그리고 내 몸에 일어난 반응들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천천히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본다
이 방법은 공황상태와 관련된 불안함/두려움 (혹은 공황장애)를 극복하려 할 때 생각해볼 한가지의 예 paradigm 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이 치료를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지금 극심한 공황상태와 그로 인한 일상생활에 장애를 경험하고 계신다면 주저 마시고 가까운 심리치료 클리닉이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가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으시기를 권합니다. 제 경험상으로는 인지행동치료로 공황장애는 치료 예후가 아주 좋았어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개발된 치료기법이니 시도해 보시고 더 건강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 이 포스팅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공황증상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 사람드과 공유해주시길 부탁드릴게요 :) : https://www.kimhyunphd.com/psychology/-2-
감사합니다. 다음주 금요일엔 “수면”과 “불면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